컬럼 누르면 더 튀게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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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02-04 16:29 조회 649 댓글 0본문
아버지가 가부장적 완고함으로 가정을 통제하고 간섭하면 자녀들은 되레 더 튀어나가려 한다. 겉으론 평온해 보일지는 몰라도 속으로 드는 멍울은 지우기 어렵다. 기업 또는 직장에 대입해도 같은 이야기가 된다. 기업의 생명은 창의성과 경쟁력이다. 이를 꾸준히 개발하고 지키려면 형식의 파괴와 상하간 소통이 원만해야 가능하다. 그 전제는 권위 내려놓기다. 우리 대학의 운영도 이와 같지 않나 싶다.
부동산 가격이란 게 참 묘하다. 누르면 누를수록 용수철처럼 더 튀어 오른다. 요즘 부동산 시장이 딱 그런 모습이다. 대한민국의 절반이라는 서울이 특히 그러하다. 실제 부동산 시세를 선도하는 아파트 가격 변동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서울 강남 지역 일부 아파트는 이미 전고점을 넘었고, 연일 최고점을 경신할 정도로 거침이 없다. 그 동안은 집값이 올랐다 하면 대개 서울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한강의 남북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 오름세다. 최근 한달새 1억원이 오른 곳도 있다니 그 정도가 어떤지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며 8ㆍ2 부동산 대책 등의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집 값 오름 폭은 대책이 나왔던 작년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초강력(?) 카드는 결국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정부가 규제의 칼을 휘두르면 춤을 추던 집 값은 잠시 주춤해진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그러다 더 크게 뛰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치자 정부는 또 팔을 걷어붙일 태세다. “오른 만큼 내년 공시가격에 포함시켜 ‘보유세’를 부담을 높이겠다”느니, “투기지역을 확대하고, 특별 단속을 하겠다”느니 하며 엄포성 발언이 벌써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면 시장은 또 잠시 찬바람이 불 것이다. 하지만 이내 제 갈 길을 찾아 가게 된다는 건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
정부가 집 값 안정에 애를 쓰는 건 이해하지만 시장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시장의 물길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물이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가격이 오르는 건 수요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정부 대책은 그걸 늘려주는 것이라야 한다. 한데 억지로 누르려고만 하니그 반발력 때문에 되레 부작용만 더 커지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그렇다.
하긴 부동산 시장뿐인가. 세상 일이 다 그런 모양이다.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도 사흘이 멀다하고 바뀐다. 교육정책의 핵심이라 할 대학입시 제도 변천사만 봐도 대번 알 수 있다. 1993년 지금의 수능제도가 도입된 이후만 따져도 크고 작은 개편이 19번이나 있었다. 거의 1년에 한 번 꼴로 바뀐 셈이다. 그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 교육현장은 벌집쑤신듯 혼란을 겪었다. 올해도 한 바탕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이런 혼란이 생기는 이유는 뻔하다. 정부, 즉 교육당국이 대학입시에 사사건건 개입하려 들기 때문이다. 굳이 정부가 애쓸 이유가 없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학생 선발권을 전적으로 대학에 일임하면 그만이다. 수능은 말 그대로 수학능력을 가늠하는 참고용 정도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각 대학 설립 취지와 교육 철학을 구현할 인재를 자율적으로 뽑게 놔두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는지 관리자의 역할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시장이든, 교육이든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하고 억누르려고 하면 동티가 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자꾸 규제하고, 개입하려 드는 건 그 자체를 권력으로 인식하고 누리려는 잘못된 본색 때문이다. 이걸 내려놓아야 시장도, 교육도 원활하고 생기있게 돌아간다. 가정과 직장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가부장적 완고함으로 가정을 통제하고 간섭하면 자녀들은 되레 더 튀어나가려 한다. 겉으론 평온해 보일지는 몰라도 속으로 드는 멍울은 지우기 어렵다. 기업 또는 직장에 대입해도 같은 이야기가 된다. 기업의 생명은 창의성과 경쟁력이다. 이를 꾸준히 개발하고 지키려면 형식의 파괴와 상하간 소통이 원만해야 가능하다. 그 전제는 권위 내려놓기다.
대학의 운영도 이와 같지 않나 싶다. 재단과 이사진은 좋은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재정 지원자로서 기능과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그것으로 존재의 이유는 충분하다. 학사와 교무 등 학교 운영은 전적으로 총장 이하 교직원의 역량에 맡길 때 최상의 결과물이 도출될 것이다. 반면 학교 측에서는 미래를 위한 열린 마음으로 건국가족 전체 구성원의 원하는 방향을 최대한 수렴하여 건국대학교를 일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재욱 편집위원 -
건국대학교 사학과 78학번으로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쳤다. 헤럴드경제에서 정치부장과 증권부장, 사회부장 등을 거쳐, ‘기자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편집국장과 논설실장 직을 역임했다. 현재 헤럴드경제 심의실장 겸 논설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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